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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혜 | “선혜 에너지에 소름” “시연이? 무한 신뢰”
작성일 : 17-05-31 17:09
조회 :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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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베를린서 만나 13년 우정’ 지휘자 성시연 & 소프라노 임선혜
ㆍ오늘부터 서울시향과 ‘한 무대’


서울시향에서 함께 공연하는 13년 우정의 지휘자 성시연(왼쪽)과 소프라노 임선혜. 박민규 선임기자 parkyu@kyunghyang.com


지난 3월에 있었던 일이다. 소프라노 임선혜의 휴대폰벨이 울렸다. 지휘자 성시연으로부터 갑자기 걸려온 전화였다. 친구의 이름이 휴대폰 화면에 뜨는 순간, 임선혜는 어떤 예감이 퍼뜩 머리를 스쳤다고 했다. 수화기 너머에서 ‘얘, 선혜야, 있잖아…’라며, 어딘지 ‘부탁조’의 간절한 목소리가 들려오자마자 ‘아, 뭔가 긴급 상황이구나’라는 느낌이 확 들었다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대타’로 무대에 서달라는 부탁이었죠. 사실은 거의 명령이었어요.” 임선혜는 말끝에 웃음을 터뜨렸다. 당시 성시연은 경기필하모닉을 이끌고 브람스의 <독일 레퀴엠>을 한창 준비하다 소프라노가 건강 사정으로 하차하는 다급한 상황을 맞았다. 그때 번갯불처럼 떠오른 타계책이 ‘친구 임선혜’였다. 성시연은 “선혜는 의리파!”라며 같이 웃음을 터뜨렸다. 연주회 사흘 전에 긴급 호출을 받았던 임선혜는 “친구와의 의리”를 완수하고 이튿날 아침 독일로 출국했다. 40대 초반의 두 음악가는 그런 사이다. 사실 두 사람은 나이 문제로 티격태격하기도 한다. 성시연은 “내가 한 살 많다”고 주장하는데, 임선혜는 별로 인정해주지 않는다.



지휘자 성시연이 서울시향을 이끌고 말러의 교향곡 4번을 선보인다. 25~2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다. 소프라노 임선혜는 이 교향곡의 클라이맥스인 4악장에서 청아한 목소리로 ‘천상의 삶’을 노래할 예정이다.

2004년 베를린에서 처음 만난 이후 13년간 ‘지음(知音)’의 우정을 쌓아온 두 사람을 지난 22일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만났다. 둘은 “우리는 외로운 길을 함께 가는 동지”라고 했다. 그 말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 있겠지만, ‘동양인 여성’으로서 그간 헤쳐온 나날들이 결코 녹록지 않았음을 느끼게 했다.

“테너 강요셉이 출연한 모차르트의 <마술피리>를 보러 갔다가 선혜를 처음 만났죠. 저는 낯가림이 있어서 좀 머뭇거렸는데 선혜가 먼저 말을 걸어왔어요.” 성시연은 그렇게 13년 전 기억을 떠올렸다. 이 장면에서 두 사람의 만남에 기여했던 인물로 ‘테너 강요셉’을 빼놓을 수 없다. 지금은 국제적 테너의 반열에 오른 그가 독일로 유학을 떠났던 때는 1999년이 끝나갈 무렵. 그보다 두 해쯤 먼저 독일에 와있던 두 선배가 바로 임선혜와 성시연이었다. “독일어도 제대로 못하던 어리바리한 후배를 두 누나가 물심양면으로 도와줬다”는 것이 강요셉의 회고인데, 임선혜는 통역사를 마다하지 않았고 성시연은 지하철역에서 강요셉과 거리공연을 하면서 용돈을 벌기도 했다. “모두 배 고프던 시절이었죠. 제가 고장난 키보드를 연주하고 요셉이가 노래를 불렀어요. 역으로 지하철이 들어오면 악보가 바람에 막 날아가고, 그걸 주우러 뛰어다니고…, 그래도 순식간에 50유로가 넘게 동전이 쌓였죠.”

2000년대 초반의 “배 고프던 유학시절”을 겪었던 성시연은 2006년 게오르그 솔티 콩쿠르 우승, 이듬해에 말러 지휘 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를 차지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같은 해에 미국 보스턴 심포니에 ‘최초의 여성 부지휘자’로 발탁돼 주목을 끌었다. 그렇게 ‘동양인 여성’의 벽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 지점에서 임선혜는 ‘친구’가 아닌 ‘지휘자 성시연’에 대해 “등판이 정말 멋진 지휘자!”라는 평을 내놨다.



“지휘자는 등이 멋져야 해요. 그런데 지휘대에 선 시연이 뒷모습을 보면, 등판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어요. 그동안 숱한 지휘자들을 봐왔지만 시연이는 어떤 지휘자보다도 매력적인 등을 지녔어요. 무한한 신뢰를 느끼게 하는, 기대고 싶은 등이죠. 게다가 우리는 여성이고 동양인이라는 측면에서 ‘소수파’의 정서를 공유하잖아요. 시연이는 음악적인 것뿐 아니라 인간적인 고민도 함께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예요.”

성시연이 얼른 화답했다. “선혜는 제가 못 가진 걸 지녔어요. 저는 안으로 삭이는 스타일인데 선혜한테는 분출하는 에너지가 있어요. 베를린의 무대에서 처음 봤을 때, 저는 그냥 온몸에 소름이 돋았어요. 한국인이 유럽의 고음악을 저렇게 생생하게 표현하다니! 눈빛과 표정까지 음악 속으로 완전히 녹아들어가 있었죠. 무대 밖에서 만나던 선혜와 완전히 달랐어요. 정말 프로페셔널한 성악가죠.”

물론 싸운 적이 한번도 없다면 거짓말이다. 두 사람은 베를린 포츠담광장 근처의 어느 카페에서 대판 다툰 적이 있었다. 하지만 임선혜는 그렇게 한바탕 싸우고 나서 “우리는 더 솔직해지고 편안해졌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2012년 대관령국제음악제와 지난 3월 말 브람스의 <독일 레퀴엠> 이후 두 사람이 함께하는 세번째 연주회다. 말러의 교향곡 4번 외에 블로흐의 헤브라이 광시곡 ‘셀로모’가 연주된다. 올해 초까지 서울시향 첼로 수석으로 활약했던 주연선(중앙대 음대 교수)이 ‘셀로모’ 협연자로 나선다.

<문학수 선임기자 sachi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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