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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 | "단칸방서 어머니와 살기도… 이번役 맡으려 고생했나봐요"
작성일 : 17-09-26 10:47
조회 :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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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벤허' 주인공 맡은 카이
"벤허의 좌절·인내 나와 많이 닮아"

무대에 선 카이(36·본명 정기열)의 눈빛은 마치 횃불이 타오르는 듯했다. 물기 어린 눈동자가 조명에 반사되고, 그의 어깨가 흐느낌으로 내려앉자 객석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창작 뮤지컬 '벤허'에서 주인공 유다 벤허 역을 맡은 배우 카이는 "벤허의 좌절, 분노, 인내, 자유로움이 저와 많이 닮았다"며 웃었다. "쉽지 않았던 저의 인생 여정이 오늘의 벤허 역을 맡기 위해 존재했던 것 같다"고도 했다.

서울예고, 서울대 음대를 졸업한 귀공자풍 카이에게 쉽지 않았던 인생 여정이란 뭘까. 뮤지컬 벤허가 공연되고 있는 서울 충무아트센터에서 만난 카이는 "건전지 살 돈이 없어 폐건전지함을 뒤지고 다닌 적이 있다"며 "홀로 나를 어렵게 키우신 어머니 호강시켜 드리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팝페라 가수로 무대 생활을 시작해 뮤지컬 주연으로 우뚝 선 카이. 그는“극 중 역할을 이해하기 위해 매일 기도를 하며‘저한테 와주세요’라고 구걸한다”며 웃었다. /장련성 객원기자

중학교 때 아버지 사업이 망해 지하 단칸방에서 어머니와 둘이 살았다고 했다. "어머니가 15년 동안 보험 판매하시면서 지금의 저를 키우셨어요. 언젠가 출세하면 어머니랑 둘이서 동반 출연해서 삼성생명 광고를 찍어야지, 다짐했던 적도 있죠(웃음)."

촉망받는 성악도였다. 서울대 음대 시절엔 일본인 재력가의 후원으로 일본에서 공부하기도 했다. 미국 유학도 계획했지만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다. "하늘이 도운 건지, 하늘도 무심하신 건지 유학이 좌절됐던 그때 성대에 혹이 생기며 목에 이상이 왔어요."

노래를 그만둬야겠다 싶어 휴학한 뒤 공익근무요원이 됐다. 당시엔 100㎏이 넘는 거구로, 별명이 '백곰'이었다. 우연히 배우 조승우의 뮤지컬 '카르멘'을 보고 전율을 느꼈다. 노래는 목으로 하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것이란 걸 깨달았다. "지하철을 타고 집에 오는데 전동차 문에 비친 건 정기열(카이)이 아닌 한 마리 돼지였어요. 제 몸에서 역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았죠." 혹독한 다이어트로 8개월 만에 35㎏을 뺐다.

발레리나 강수진의 상처투성이 발 사진을 본 것도 그 무렵이다. "이후로 남들보다 한 시간 먼저 와서 목을 풀었어요. 한번 목이 엇나면 돌아오는 데 오래 걸리기 때문에 관리도 철저히 하게 됐죠."

대학 은사인 테너 박인수 교수도 방황하는 그의 손을 잡아줬다. 박 교수는 주점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새벽 두세 시까지 일하는 제자를 매일같이 기다리며 설득했다. "어느 날은 100만원짜리 수표를 주시며 '급한 대로 집안에 보태라. 넌 노래해야 할 사람'이라고 다짐을 받으셨죠.

카이는 얼마 전부터 소외계층 아이들을 위해 '뮤드림'이란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공연을 보여준 뒤 배우들과 아이들이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비싼 차, 비싼 옷 찾다 보면 만족이란 게 없더라고요. 삶의 진짜 기쁨은 남을 위하고 나눌 때 얻어진다는 걸 깨달았죠. 혹시 아나요? 그 아이들 중에 제2, 제3의 카이가 나올지."

[최보윤 기자 spic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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